📖 "The Emperor of All Maladies" Part 1
한 여인이 있었다. 그녀는 기원전 500년, 페르시아의 왕비였고, 갑작스럽게 유방에 생긴 단단한 혹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. 이름은 아토사(Atossa). 그녀의 증상은 주변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.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, 아무도 모르게 종양을 숨겼다. 그 시절, 종양이란 불치의 저주였고, ‘검은 담즙(black bile)’이 넘쳐날 때 생기는 병이라 믿었다.
『The Emperor of All Maladies』의 첫 장은 이 아토사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. 시다르타 무케르지는 이 고대의 여왕을 통해 암이라는 질병이 인간 역사 속에서 얼마나 오래, 그리고 얼마나 은밀하게 존재해 왔는지를 조용히 꺼내 보인다.
당시 사람들은 인간의 몸이 혈액, 점액, 황담즙, 흑담즙이라는 네 가지 체액으로 이루어졌다고 믿었다. 이 중 흑담즙, 끈적하고 어두운 그것이 과잉될 때, 몸속 어딘가가 썩고, 그 썩은 부분은 천천히 생명을 갉아먹었다. 이 병은 이름조차 말하기 어려웠다. 단지 사람들은 그것을 ‘고치지 못할 병’, **‘그림자 같은 병’**이라 불렀다.
세월이 흘러, 암에 대한 개념도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. 해부학이 발달하고, 외과수술이 도입되면서, 사람들은 더 이상 체액의 불균형이 아닌 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을 암의 원인으로 보기 시작했다. 그러나 여전히 암은 인간을 압도하는 괴물과도 같았다. 절단과 출혈, 마취 없는 수술이 반복됐고, 환자들은 병보다 치료가 더 고통스러운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.
그러나 저자는 이 암이라는 질병을 ‘죽음의 상징’이 아니라, 오히려 삶의 연장선에서 바라본다. 왜냐하면 암은 인간 세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, 즉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현된 결과이기 때문이다. 그러니 암은 삶이 만든 괴물, 동시에 삶 그 자체인 셈이다.
무케르지는 그렇게 말한다.
“암은 우리 문명의 그림자다. 우리가 오래 살수록, 우리가 발전할수록, 암은 우리 안에서 더 자주, 더 깊게 뿌리내린다.”
아토사의 병은 그렇게 시작됐다. 단순한 유방의 혹이 아니었다. 그것은 인류가 마주하게 될, 끝없는 전쟁의 시작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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